  동유럽 여행기…체코<프라하>[LA중앙일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은은한 도시 낭만' 기사입력: 05.10.12 17:50 사진 2: 동유럽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체코 프라하의 풍경.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 강 옆으로 낭만의 상징 카를교가 보이고 그 너머로 견고한 프라하성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폴란드를 떠나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짧은 시간에 여러 나라를 오가는 알찬 일정에 몸이 지쳐 버스 안에서 내리 단잠을 자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이번 동유럽 여행길에 하일라이트가 될 체코 프라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라하에서는 2박을 하는 일정. 프라하의 낭만을 맘껏 느낄 생각에 긴 이동길도 즐겁고 흥분되기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늦은 밤이었지만 일행의 프라하 체험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이미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진 서로는 다 함께 둘러앉아 그 유명하다는 체코 맥주의 맛을 느끼며 프라하의 밤을 즐겼다. 여행 7일째. 프라하의 아침이 밝았다. 전날 오래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던 대신 24시간을 백탑의 도시 프라하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허락된 일정이었다. 시작은 프라하성이었다. 체코를 대표하는 국가적 상징물이자 보헤미아 군주들이 상주했던 곳 답게 그 기품이 예사롭지 않고 주변의 풍광도 수려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현재 대통령 관저로 쓰이는 곳. 시간만 잘 맞추면 멋진 경비병들의 근엄한 교대식을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프라하 관광 역시 아주관광이 섭외한 최고의 현지 가이드가 합류해 인솔한 일정인 만큼 우리 일행에게도 그 행운이 허락된 것은 물론이었다. 뿐만 아니다. 우연히 차에 올라 관저를 나서는 현 체코 대통령의 모습까지 포착 훈훈한 미소로 손을 흔드는 그와 인사까지 나눴으니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프라하 여행의 추억 하나를 더 남긴 셈이었다. 프라하성은 그 자체만도 아름다웠지만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구시가지의 정경을 감상하는 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빨간 지붕으로 덮인 아기자기한 도시의 풍경은 낭만 그 자체였다. 이어 들른 곳은 고딕 양식의 절정을 보여주는 비투스 성당. 1344년 착공해 1929년 완공됐을 만큼 오랜 역사와 그 세월 속의 모진 풍파를 그대로 겪어왔던 건축물의 유구함이 외양만으로도 느껴지는 곳이었다. 내부로 들어서서는 더욱 경탄을 감출 수 없었다. 성전 전체를 오색찬란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다양하고도 정교한 스테인드 글라스는 체코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산의 뛰어남을 한눈에 보여주는 총체적 예술이라 부를 만 했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해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카를 교였다. 보헤미안의 역사와 삶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한 프라하의 상징과도 같은 다리였다. 많고 많은 영화나 광고에서 담아 온 풍경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졌다. 다리 위 바삐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의 물결도 다리 밖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강의 평화로움도 그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고 한 장의 엽서였다.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바삐 셔터를 눌러대다가도 조그만 뷰 파인더 안에서만 보기가 아까워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한참을 바라보고 또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카를 교에 얽혀 전해져 내려오는 뒷이야기들이나 그와 연결돼 만들어진 조각상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짜릿했다. 카를 교를 넘어 프라하의 도시 곳곳의 골목을 누볐다. 분명 총괄 책임 가이드와 현지 가이드 그리고 20여 명의 일행까지 함께 하는 길이었지만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거리를 여유롭고도 자유로이 활보하다 보니 뻔한 패키지 여행에서 느껴왔던 속박감이나 지루함 따위는 모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윽고 들어선 구시가지 광장은 360도로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모두가 유적지요 관광 명소라 할 만큼 한구석도 허투루 볼 만한 곳이 없었다. 구 시청사와 천문시계 얀 후스 동상 틴 성당 니콜라스 성당 등 다양한 시대의 건축양식과 기술이 혼재돼 이루고 있는 광장의 모습은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일컬어지는 프라하 중에서도 핵심이라 부를 만 했다. 걸음을 옮겨 신시가지 광장도 둘러봤지만 여전히 모두의 마음은 구시가지 광장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모두에게 들려 온 희소식. 저녁 식사 후 모두 함께 프라하의 밤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봐야 한다는 프라하의 야경과 밤거리를 즐기기 위해 특별히 준비된 이번 동유럽 여행 일정의 하일라이트였다. 프라하에서만큼은 자유를 느끼고 싶었던 여행객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은 듯한 아주관광 측의 배려이기도 했다. 늦은 밤의 프라하는 한낮의 프라하와는 또 달랐다. 어두운 카를 교에는 운치가 넘쳤다. 그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은은한 도시의 풍경이 가슴 속에 젖어들었다. 다시 돌아온 구시가지 광장엔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체코인들은 물처럼 마신다는 맥주 안에도 상큼하고도 달콤한 핫 와인 속에도 낭만과 추억과 수많은 감정이 스며 있는 듯했다. 자고 나면 어제의 기억이 될 것만 같아 누구도 쉽게 눈 붙이지 못한 채 이런저런 상념과 감상에 잠기게 됐던 할 수만 있다면 끝자락을 잡은 채 놓고 싶지 않았던 동유럽 8박 9일의 하일라이트 프라하의 밤이 그렇게 저물어 갔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